-
발성의 개념적 기초 - 목소리의 기원발성법/Basics 2020. 6. 7. 21:10
촛불의 모양과 색깔은 심지의 길이와 두께, 그리고 양초의 크기와 재료에 따라 달라진다. 여러분 촛불을 한번 보십시오. 아주 어릴 때 저 촛불을 손으로 잡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ㅎㅎㅎ 손으로 잡으면 그냥 뜨겁고 잡히지도 않죠. 그렇습니다. 촛불은 그냥 보기엔 저렇게 뭔가 기다란 항아리와 같은 모양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파라핀이 연소하면서 발생시키는 빛과 열일 뿐입니다. 촛불의 크기를 바꾸고 싶다면 촛불을 직접 조작하는 게 아니라 심지의 크기를 바꿔야 합니다. 촛불에서 향이 나게 하려면 저 불에다가 향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애초에 양초를 만들 때 향이 나는 원료를 넣고 굳혔어야 했습니다. 저 촛불 자체는 심지에 불이 붙어 발생하는 결과물에 불과합니다.
소리도 그렇습니다. 소리도 결과물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발성 레슨들이 소리를 띄워라 소리를 당겨라 소리를 밀어라 소리를 어디다가 붙여라 하는 말들을 합니다만 그것은 모두 촛불이 맘에 안 든다고 촛불 자체를 가지고 어떻게 해보려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소리 자체를 어떻게 해보려는 것은 절대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리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소리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마치 촛불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양초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실 소리의 물리적 특성인 매질의 진동이나 해부학적으로 어떻게 성대에서 소리가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그런 것들을 안다고 해서 실제 소리를 내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소리를 접근해보겠습니다. 소리는 성대에서 나옵니다. 아! 그러면 아주 간단하게 성대를 조절하면 소리가 조절되겠군요! 맞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성대를 조절하는 근육들은 불수의근이라는 점입니다.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여기서 제 뇌피셜이 등장합니다. 우리 몸에는 성대 말고도 우리에게 친숙한 불수의근들이 많습니다. 모공을 조절하는 피부근육, 음식물을 내려 보내는 식도 근육, 장 근육 모두가 불수의근입니다.
아마 우리는 이러한 불수의근들을 '의지'대로 조절할 수는 없어도 '필요'에 따라 조절하려 해본 적은 있을 겁니다. 우리는 생각으로 모공을 열 수는 없지만 뜨거운 물에 적신 수건을 올리거나, 운동을 하거나, 찜질방 같은 아주 더운 곳에 들어감으로써 피부 표면의 온도를 올려 모공을 열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예로 식도에 음식물이 걸려서 잘 안 내려갈 때 우리는 어떻게 하나요? 식도를 직접 움직일 수 없으니 물이나 다른 음식을 삼킴으로써 식도를 자극해 운동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장 근육을 움직이려 시도한 적도 있을 겁니다. 장활동이 저하되어 있어 변비가 있는 사람들은 변비약이나 식이섬유 같이 물을 만나면 크게 불어나는 걸 먹어서 장을 자극하여 변비를 해소하게 됩니다.
위 예들의 공통점을 살펴보자면 모두 불수의근이 만들어진 '목적'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모공은 피부 표면의 온도를 조절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피부 표면의 온도를 바꿔주면 모공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식도와 장 모두 음식물이 있을 때 다음으로 넘겨주는 움직임을 일으키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음식물을 넣어주면 식도와 장에 움직임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성대는 무슨 목적으로 있는 거죠? 여기서부터는 사실 제 뇌피셜입니다. 그러나 말이 영 안 되지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전글에서 언급했듯이 모든 동물들은 정보전달과 의사소통을 위해서 소리를 낸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성대의 목적 또한 '의사소통'일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의사소통'은 본능과 감정의 단계에서 끝났을 것입니다. 왜냐면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는 문자와 지식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멈췄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이렇게 주장합니다.
특정한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특정한 정서가 필요하다.
정서란 사실 단순한 행복, 분노, 기쁨, 좌절, 슬픔과 같은 단일 감정 상태와는 조금 다릅니다. 문화적 배경과 삶의 경험 등이 녹아있는 복합적인 정신 상태입니다. 그러면 혹자는 이런 말을 할 수도 있겠군요.
아 그럼 ㅆㅂ 노래 하나 하자고 정신세계를 개조해야 되냐?
결론은 `그렇다`입니다만만 '정서' 또한 우리가 직접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우리는 좀 더 간접적이지만 가능한 방식으로 정서에 다가가야 합니다. 이전글에서 제가 언급했듯이 특정한 정서 상태는 우리의 자세 자체를 바꿉니다. 또 발음 형태까지 전체적으로 바꿉니다.
이전글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이전글을 한 번 더 보고 오세요.
2020/05/31 - [발성법/Basics] - 발성의 개념적 기초 - 개관
발성의 개념적 기초 - 개관
발성법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해야 노래를 잘 하죠? 한국 사람 치고 이런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한국의 노래방 문화가 워낙 대중화되어 있어서일까요? 우리가 풍류의 민족이라 �
vocalization.tistory.com
저는 바로 이게 멋진 소리를 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리를 바꾸려면, 정서 상태를 바꾸어야 하고, 우리는 어떤 정서 상태에서 좋은 소리가 나오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미 노래를 잘 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래를 듣고, 또 영상을 보면서 발음과 자세, 표정, 시선과 고개의 각도까지 모두 베껴보면서 점점 그 아티스트의 정서를 알아가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 정서에 대해 100%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발음, 자세, 표정 등이 모두 매칭이 된 상태에서는 그 아티스트와 비슷한 소리가 반드시 나게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즉 이런 공식을 세울 수 있겠습니다.
소리 = 정서에 의해 유도된 신체 상태(발음, 표정, 몸의 자세, 고개의 각도, 시선 등)
* 신체적 특성(목의 길이, 머리 크기, 덩치, 목의 두께, 성대의 탄력 등)
하지만 여기서 신체적 특성은 바꿀 수 없는 타고난 것입니다. 이것이 당신이 선망하는 가수를 완벽히 카피할 수 없게 만드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당신밖에 낼 수 없는 소리를 내게 해주는 당신만의 고유 아이템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더 중요한 점은 정서에 의해 유도된 신체 상태만 완전히 매칭해줘도 그냥 사람들이 듣기에는 당신의 생각보다 엄청 똑같게 들립니다.
그래서 우리 노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의 첫걸음은 여러분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고 영상을 보며 그 가수를 최대한 따라하며 그 가수가 가진 장점을 취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좀 더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을 달거나 여러분의 노래를 녹음하여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언제든지 답해드리겠습니다.
'발성법 > Basic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성의 개념적 기초 - 발음 (0) 2020.06.14 발성의 개념적 기초 - 개관 (0) 2020.05.31 힘의 방향 (0) 2020.05.24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가져야 할 마음가짐 (3) (0) 2020.05.24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가져야 할 마음 가짐 (2) (0) 2020.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