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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성의 개념적 기초 - 발음
    발성법/Basics 2020. 6. 14. 21:52

    발음과 상관이 별로 없어 가독성이 좋지 않았던 영어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나온 국제음성기호(IPA)

    이전 시간의 포스팅에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발음, 자세, 표정, 고개, 시선 등을 매칭하면 비슷한 소리가 난다고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사실 발음입니다. 왜냐하면 특정한 발음을 내기 위해서는 표정은 물론이고 자세와 턱의 각도 등이 부가적으로 따라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발음' 자체가 '발성'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칩니다.

     

    오늘은 발음을 미시적 관점과 거시적 관점에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두 관점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프로 가수의 노래를 카피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미시적 관점에서의 발음 - 같은 발음은 없다


    맨 위에 있는 국제음성기호 사진을 보면 참 복잡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표기법이 이상했던 영어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만들었던 국제음성기호는 이제 각국의 발음을 모두 표기하는 데 쓰입니다. 아무리 학자들이 고심해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과연 우리가 낼 수 있는 발음의 종류가 저 기호들에 한정될까요?

     

    한 가지 예를 들어 봅시다. 밥에서 맨 앞의 초성 'ㅂ'을 국제음성기호로 표현할 때 p입니다. 그런데 'pen'의 p도 국제음성기호로 표현할 때에는 p로 표현합니다. 그러면 소리를 한 번 들어봅시다.

     

    네이버 사전 [밥]

    네이버 사전 [pen]

     

    똑같은가요? 비슷은 합니다. 그런데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자, 자음은 또 비슷할 수 있으니까 모음으로 들어가봅시다.

     

    보라의 'ㅏ' 발음과 얼추 발음이 비슷한 프랑스어의 'plat'에서 a 발음은 같은 음성기호를 공유합니다. 소리를 또 들어보죠.

    네이버 사전[보라]

    네이버 사전[plat]

     

    같나요? 되게 비슷한데 미묘하게 다릅니다. 이 차이를 직접 느껴보려면 따라 해보면 됩니다. 따라 해보면 혀의 위치나 입모양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 지금까지는 같은 음성 기호를 공유하는 다른 언어의 다른 단어로 발음의 차이를 느껴봤습니다. 그러면 이제는 좀 더 난도를 높여서 같은 언어의 같은 단어, 그러나 발음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에도 발음의 차이가 있는지 봅시다.

     

    차이를 느끼기 좋은 단어인 '아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다음 사전과 네이버 사전의 다른 성우의 발음을 들어봅시다. 이들은 분명 정확한 발음을 하도록 훈련받은 전문 성우들일 텐데요. 한번 봅시다.

     

    다음 사전[아이]

    네이버 사전[아이]

     

    잘 들어보세요. 목소리 자체에 집중하지 마시고 발음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혀의 위치에 차이가 있는지 입 크기에 차이는 없는지 잘 들어보세요. 네이버 사전에서 들려주는 목소리의 '아'가 다음 사전보다 조금 더 '어'에 가깝다는 거 느껴지십니까?

     

    전문적인 성우들도 어떤 정확히 고정된 한 가지의 발음을 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성격과 습관이 있기 때문에 같은 단어를 같은 식으로 발음한다고 해도 그 발음이 다릅니다.

     

    우리가 노래를 카피할 때에는 이 정도의 정교함을 가지고 카피해야 합니다. 딱 '한 소절' 혹은 심지어 '한 단어'라도 똑같이 발음할 수 있게 된다면 그 가수를 카피하는 첫 길을 뚫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자 그래서 한 소절은 좀 힘들다 치고 한 단어를 완전히 똑같이 카피하는 데 성공했다 칩시다. 이때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뭐?

     

    자 이제 여러분이 하셔야 할 것은 이 '한 단어'에 함축되어 있는 발음의 경향성을 찾아내셔야 합니다.

     

    거시적 관점에서의 발음 - 한 사람은 하나의 발음 세트를 가지고 발음한다.


    위에서 보았듯이 같은 '아이'라는 단어를 발음해도 두 성우의 발음이 조금 달랐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네이버 사전 쪽이 좀 더 'ㅓ'가 섞인 'ㅏ' 발음이었고 다음 사전 쪽은 약간 'ㅣ'나 'ㅔ'가 섞인 'ㅏ' 발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발음의 경향성은 하나의 발음 세트 속에 있는 규칙성 같은 것입니다.

     

    발음이 특징적인 가수를 가지고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과거 박효신을 보면 정말 눈에 띄는 발음세트를 가지고 있는 게 보입니다. 영상을 한 번 보시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좋은 사람' 이라는 발음보다는 좀 '추우운사으럼'에 가깝지 않나요?

     

    자 박효신이 후기에 발성이 바뀌었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죠? 발음은 어떻게 변했을지 한번 봅시다.

     

     

     

    전체적로 '초우운사람'으로 바뀐 게 들리십니까? 이런 게 바로 발음 세트입니다. 발성을 바꾼다는 것은 발음 세트를 바꾼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발음 하나 하나가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위의 박효신은 'ㅗ' 발음이 나올 때마다 'ㅜ'에 가깝게 발음하려 들 것이고 이 경향성은 비단 'ㅗ' 발음이 아니라 모든 모음에 글로벌하게 적용되어 있습니다.

     

    글로벌하게 전체 발음에 적용되어 있는 '발음의 편향성'을 발음 세트라고 합니다. 

     

    한 가지 여기서 주의할 점은 발음의 편향성이 이 예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초창기 박효신 같은 경우에는 모든 모음에 'ㅜ'가 섞이는 식으로 매우 단순했지만 수많은 전설적인 고전 팝가수들의 발음을 보면 그 편향성이 매우 복잡합니다. 그냥 모음 하나가 다 섞이는 수준이 아니라 ㅏ에서 ㅣ로 넘어갈 때의 양상과 ㅣ에서 ㅏ로 반대로 넘어갈 때의 양상이 다르고 또 같은 발음의 변화라도 비트 수에 따라 혹은 저음에서 고음으로 갈 때, 고음에서 저음으로 떨어질 때 등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각기 다른 편향성이 숨어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저 개별적인 규칙들을 하나하나 다 익혀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앞에 말했듯이 이것은 '발음 세트'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한 세트이기 때문에 한 가지 규칙성을 체득하게 되면 다른 부분에도 일관적으로 적용해나가면서 수많은 규칙들을 더 정교하게 하나의 세트에 편입시켜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노래를 카피할 때 '한 단어'를 카피하고 또 더 나아가 '한 소절'을 카피하고 그렇게 계속해서 하나씩 늘려나가는 것은 발음 하나 하나를 카피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발음 세트를 획득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 발음 세트를 한번 체득하고 나면 더 이상 어떤 발성을 할 때 발음 하나 하나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때는 그 가수를 '카피'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프로 가수를 잘 카피했다면 더 이상 무슨 '고음을 어떻게 내나요'나 '소리를 길게 어떻게 내나요' 같은 유치한 질문은 할 필요 자체가 없어집니다. 그때가 되면 이런 고민을 더 하게 됩니다. 가령 예를 들면

     

    이 가수는 분명히 'ㅏ'에서 'ㅣ'로 갈 때 이미 'ㅏ' 자세에서 'ㅣ'를 낼 준비를 하고 있는데 'ㅣ' 발음 치고는 공간감이 좋다. 그런데 분명 'ㅣ' 발음 자체는 'ㅔ'가 아니라 완전히 좁은 'ㅣ'인데  어떻게 공간감을 확보하지? 4번 힘을 좀 더 세게 해볼까? 4번 힘을 더 세게 했더니 비강쪽 공간감이 줄어드는데? 그러면 1번힘을 더 강하게 조절해서 비강으로 소리가 더 뻗을 수 있도록 할까? 어? 이렇게 했더니 3번 힘이 덩달아 강해져서 소리가 너무 무거워진다. 그러면 턱을 약간 들어서 목이 더 열리도록 해볼까?

     

    이런 식으로 귀에 잘 들리는 발음을 먼저 매칭시킨 다음에 나머지 차이가 나는 부분들을 조금씩 튜닝해가면서 발성을 다듬어 나가는 것입니다. 저렇게 하다가 또 발음이 깨지면 다시 발음을 매칭하고 나머지들을 조정하는 식으로 일종의 '실험'을 계속 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다가 완전히 균형이 맞는 발음세트, 자세, 표정, 힘의 완급 등이 만들어지고 나면 그때쯤이면 그 가수의 정서까지도 어느 정도 가늠하게 되는 경지에 오르게 됩니다.

     

    이쯤 하면 발성의 개념적 기초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을 드린 것 같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발성의 실전적 기초에 대해서 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실전적 기초에서는 개념적 기초가 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 가장 기본적으로 어떤 연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이 있으시면 댓글을 달아주시고 본인의 노래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으시면 이메일로 문의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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